본문 바로가기

🇬🇧 영국 유학/Manchester (2022-25)

2. 영국 유학, 친구 사귀기

어림도 없는 무차별 과제 폭행으로 너무 바빠 글을 쓸 수 없었지만, 이렇게 살아 돌아왔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영국에서 사귄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써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York에서

영국에 와서 외로워하면 어쩌나 우울증 오면 어쩌나 주변에서 정말 걱정 많이 했지만, 한국에서 보다 더 즐겁게 잘 살고 있는 나에게는 의미 없는 걱정이었다. 영국에 와서 외국인 친구들도 정말 많이 사귀었지만 또 한국인 친구들도 정말 많이 사귀었고 다 같이 잘 지내고 있다. 이번 글은 만났던 친구들을 친구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어떻게 친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I. 플랫 메이트 (Flatmates)

할로윈 플랫 파티: 당시 사진이 없어서 다른 Flat Party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맨체스터에 도착해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에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9월 21일 개강 일주일 전에 도착을 했는데 너무 일찍 온 건지 아무도 없었다. 개강 전이라 남는 게 시간이 던 터라 IEN 21기에서 친하게 지냈던 형 둘과 맨체스터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요크(York)와 리즈 (Leeds)에 다녀왔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니 기숙사는 사람 사는 소리가 나고 있었고 내가 사는 기숙사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플랫 (Flat)은 4명이서 공유하는 방인데, 나를 포함해 남자 2명 그리고 여자 2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적은 영국인 1명, 프랑스인 1명 그리고 싱가포르 1명으로 다 다른 출신인 점이 흥미로워 만난 첫날에 다 같이 서로의 출신 나라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친구의 첫 번째 음식

플랫 메이트들과 친해지고 나서 다들 활발한 성격 덕분에 다 각자 요리를 해서 주방에서 밥을 먹곤 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요리를 해서 대접해준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프랑스에서 온 친구가 프랑스 전통 가정식을 해주겠다며 약속을 잡았고 그렇게 처음으로 플랫 메이트들과 저녁을 먹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미안할 정도로 다른 플랫 친구들과 지내고 있다).

맛있고 충격적이었던 뜨거운 오이 음식

다 같이 모여 밥을 먹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정말 기대 중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했던 점이 있었다. 바로 프랑스 그리고 싱가포르 친구는 채식주의자라는 점이었다. 오븐에서 나온 요리는 정말 맛있어 보였고 한 입에 넣자마자 뜨거운 오이에 충격을 먹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저녁을 다 먹고 난 후 서로 가지고 있는 디저트들을 가지고 와 공유했고 나는 회심의 불닭 소스를 맛 보여줬다. 눈물 콧물 흘리며 기침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II. Yorkshire Pudding

Yorkshire Puddings와 함께간 PUB

요크 (York) 그리고 리즈 (Leeds) 여행에서 돌아온 날, 플랫 메이트들과 인사를 다 하고 방에 들어와 짐 정리를 하던 중 주방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들었다. 절대 플랫 메이트 3명이서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라 적어도 30명은 떠드는 소음이었다. 내 방이 주방 바로 옆에 위치해 궁금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궁금해 나가서 확인해보려던 찰나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가자 한 여자와 남자가 팔짱을 끼고 "너네 플랫에서 파티를 하기로 했어! 너도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라고 하며 윙크를 하고 사라졌다. 드디어 영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잔뜩 나 옷을 갈아입고 문을 열자마자 우리 플랫 주방에 들어오기 위해 길게 선 줄을 보았다. 뚫고 이리 저래 들어가 보니 그렇게 크지도 않은 주방에 30명 정도가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고 나도 즐기기 시작했다. 들어가니 거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나에게 관심을 가졌고 "어디서 왔냐", "어떤 공부하냐" 라며 물었고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다들 반갑게 맞이해줬고 영국에서의 삶을 응원한다며 술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김 처음 먹는 Yorkshire Puddings

친구들을 더 사귀기 위해 쇼파가 있는 구석으로 뚫고 들어가자 남자 영국인 두 명이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해주며 앉으라 권했고 서로 출신을 얘기하던 중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여행을 다녀왔던 요크 그리고 리즈의 군(County)이 요크셔 (Yorkshire)인데 이 두 영국인의 출신지가 요크셔였던 것이다. 그렇게 같이 요크셔 여행을 얘기하며 급속도로 친해졌고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개강을 하고 나서도 이 친구들과 항상 모여 밥을 먹고 펍에 가며 시간을 보냈다. 거의 매주 수요일에는 맨체스터의 한 펍에서 열리는 퀴즈 경연을 함께 나가고 퀴즈에 나갈 때 팀 이름을 요크셔라는 공통점으로 친해졌던 점을 각인하기 위해 요크셔 주의 전통 음식인 'Yorkshire Pudding'이라고 부르고 다닌다. 이 친구들 덕분에 영국 문화를 좀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었지만 사실 놀다 보니 한국인의 정이 조금 그리워지고 있었다.

III. G5

G5와 다같이 Pub에서

IEN 21기에서 친한 형과 맨체스터 대학교에 둘이 오게 되어 서로 필요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공유하며 지내고 있다. 개강 후 약 한 달이 되지 않을 무렵 친한 형이 경영대 한국인 동기들과 함께 밥을 먹자 권유를 했다. 마침 은행 계좌를 만들러 갈 겸, 그리고 한국인 친구들도 만들고 오랜만에 한국인의 정을 느끼고 싶어 흔쾌히 수락을 했고 같이 밥을 먹으며 만났다. 첫 만남에는 밥만 먹고 연락처 교환을 하고 헤어졌다. 첫 만남을 가지고 얼마 뒤 맨체스터 한인회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열었고 이후에 2차로 21기 친한 형을 포함해 다른 경영대학교 4명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새벽 6시까지 놀면서 정말 친해졌다.

G5 친한 동생이랑

친해지고 나서 거의 매일 적어도 한 번은 얼굴을 보았다. 밥을 먹든 도서관을 가든 한번씩은 보았다. 그러다 보니 더 친해졌고 한식이 먹고 싶을 때면 이 경영대 친구들과 항상 함께 모여 한식을 해 먹곤 했다. 가끔 마라탕이 먹고 싶을 때면 마라탕을 해먹기도 하는데, 이런 점은 정말 좋은 것 같다. Yorkshire Pudding에 이어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경영대 5인방을 따와 G5라 부르기로 했다 (왜 영어로 Management로 하지 않았냐고 많이들 하는데 한국인의 정이 필요해서다). 거의 매주 금요일마다 만나서 같이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은 국제학교를 나온 친구들도 있고, 현지에서 파운데이션 한 친구들도 있다. 현지 파데를 한 친구들은 IEN의 존재를 몰랐거나 뒤늦게 알아서 아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뭔가 그럴 때마다 나는 IEN을 일찍 알고 잘 와서 다행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IV. 명예 한국인

중동 친구들

수학 튜토리얼 수업을 혼자 기다리다 중동에서 온 것 같은 친구들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갑게 이름이 뭐냐, 반갑다 등으로 시작하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South Korea"라고 말하자마자 주변에 있던 모든 외국인들이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들 관심을 가지며 한국 문화의 관심사에 대해서 얘기하며 다 같이 친해졌다. 특히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UAE 출신인데 보통 두바이, 이집트 그리고 UAE 주변 국가 출신이다.

런닝맨 송지효 광팬

한 친구는 런닝맨, 무한도전 팬이라 아직도 보면서 자막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물어보는 날도 많고 한국어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한다. 또 공부할 때 나를 가장 많이 도와주는 친구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인 '페이커' 광팬이어서 가끔 공부하고 시간 될 때마다 같이 게임을 하곤 한다. 한 번은 다들 한식에 정말 관심이 많고 기대해서 다 같이 모여서 맨체스터의 한식당에 갔다. 가서 한국 TV 채널 혹은 유튜브에서만 보던 한식들을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정말 좋아했다. 왜인지 내가 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Brook Hall 에서

위에서 소개한 친구들 말고도 사실 더 많은 친구들을 사겼지만 실제로 만나서 밖에서 놀고 연락하는 친구들을 위주로 적어보았다. 다른 친구들과는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 혹은 과제를 같이 하거나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하는 친구들이다. 맨체스터는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온다는 점이 또 하나의 장점인 것 같다. 물론 영국인의 비율이 훨씬 높지만,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끼리 만나 놀다가도 한국인의 정이 그리우면 한국인들이랑도 언제든 놀 수 있다는 점이 맨체스터의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Instagram:
doyun._.gu

이전 글 보러 가기:

 

1. 맨체스터에 왔습니다.

개강을 하고 나서 너무 많은 일이 있었지만, 너무 바빠 글을 쓸 수가 없었다. 8 주차인 지금 잠시 시간이 생겨 글을 쓴다. 이번 글은 인천 출발 후 맨체스터 도착하는 날까지 그리고 다음 날 맨체

damiansdiary.tistory.com

다음 글 보러 가기:

 

3. 맨체스터 대학교 전기전자 죽음의 1학기 요약

온 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1학기 종강을 했습니다. 이번 글은 맨체스터 대학교 전기전자 공학과의 1학년 1학기를 요약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맨체스터 대학교는 영국에서 공대

damiansdiary.tistory.com